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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3.11 (화)

"분묘 설치와 점유취득시효: 하급심과 대법원의 엇갈린 판단"

타인의 토지에 분묘를 설치한 경우 점유취득시효가 인정될 수 있을까요?

 

정답은 '점유취득시효가 인정될 수도, 인정되지 않을 수도 있다'입니다. 너무 무책임한 답변이라고요? 실제 동일한 사실관계를 기초로 진행된 소송에서 하급심 법원(제1심, 제2심)과 대법원(상고심)이 각 점유취득시효, 구체적으로는 자주점유(타인의 토지를 점유자가 소유의 의사로 점유하는 것)에 대하여 달리 판단하였습니다.

 

기초적인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습니다.

 

- 원고의 아버지가 1967. 2.경 이 사건 토지 일부에 할아버지의 분묘를 설치

- 2017. 4.경 같은 토지 일부에 원고의 아버지의 분묘를 설치하고, 2028. 4.경 원고의 고조부, 고조모 등 선대의 분묘 안치

- 원고는 이 사건 토지의 상속인인 피고를 상대로 점유취득시효를 주장하면서 소유권이전등기 청구소송 제기

 

하급심인 제1심과 제2심은 원고의 자주점유 및 점유취득시효완성 주장을 인정하였으나, 대법원은 하급심 판단과 달리 원고 또는 원고의 아버지가 이 사건 토지 일부에 선대의 분묘를 설치하고 그 묘역을 관리하여 왔다는 사실만으로 소유의 의사로 이 사건 토지를 점유(자주점유)하였다고 추정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면서, 원고의 점유취득시효완성 주장을 배척하였습니다.

 

하급심과 대법원이 인정한 사실관계가 동일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법원의 판단이 달라진 것은 어떤 이유일까요?

 

바로 점유취득시효의 주요 쟁점인 자주점유, 구체적으로는 자주점유의 입증책임에 대한 법리를 달리 적용하였기 때문입니다.

 

민법 제197조 제1항은 "점유자는 소유의 의사로 선의, 평온 및 공연하게 점유한 것으로 추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많은 사람들이(심지어 변호사와 법원마저) 점유자에게 당연히 소유의 의사가 인정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점유자로서는 점유하고 있는 사실만 인정되면 자주점유가 추정되므로, 그 상대방이 자주점유의 추정을 깨트릴 사실관계를 주장 입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사건의 하급심인 제1심과 제2심 역시 아래의 대법원 판례를 인용하면서 원고의 자주점유는 추정되고, 피고가 단순히 원고의 자주점유를 부정하는 것만으로는 원고의 자주점유의 추정이 깨지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취득시효완성을 인정한 것입니다.

 

점유자가 취득시효를 주장하는 경우 스스로 소유의 의사를 증명할 책임은 없고, 그 점유자의 점유가 소유의 의사가 없는 점유임을 주장하여 취득시효의 성립을 부정하는 자에게 그 증명책임이 있다.

(중략)

점유자가 타인의 소유권을 배척하고 점유할 의사를 갖고 있지 않았던 것이라고 볼 만한 사정이 증명된 경우에 한하여 그 추정은 깨진다.

그러나 점유자가 스스로 매매나 증여와 같이 자주점유의 권원을 주장하였는데, 이것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사유만으로는 자주점유의 추정이 깨진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17. 12. 22. 선고 2017다360, 377 판결 참조)

 

하지만, 이 사건 대법원(대법원 2025. 1. 23. 선고 2024다300228 판결)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타인의 토지에 분묘를 설치한 경우 점유자의 소유의 의사(자주점유)가 추정되지 않으므로, 결국 원고 스스로 피고의 토지를 소유의 의사로 점유하여 왔다고 볼 수 있는 특별한 사정(사실관계)에 대하여 밝혀야 함에도 불구하고, 원고의 자주점유에 대한 입증이 부족하여 취득시효의 완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본 것입니다.

 

 

임야의 일부에 선조의 분묘가 설치되어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그 임야 전체를 배타적으로 점유·관리하여 왔다고 볼 수는 없고, 타인의 토지 위에 분묘를 설치 또는 소유하는 자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분묘의 보존 및 관리에 필요한 범위 내에서만 타인의 토지를 점유하는 것이므로 점유권원의 성질상 소유의 의사가 추정되지 않는다.(대법원 1997. 3. 28. 선고 97다3651, 97다3668 판결, 대법원 2000. 11. 14. 선고 2000다35511 판결 등 참조) 

(중략)

그런데도 원심은 소외 1이 이 사건 토지를 분묘의 보존 및 관리에 필요한 범위 내에서가 아니라 소유의 의사로 점유하여 왔다고 볼 수 있는 다른 특별한 사정에 대해 밝히지 않은 채 소외 1의 자주점유를 인정하고, 이를 전제로 원고의 취득시효 완성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를 인용하였다.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자주점유의 추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이 사건과 같이, 하급심 법원마저 자주점유의 입증책임에 대한 법리를 오해할 정도로 자주점유는 점유취득시효 사건에서 매우 중요한 쟁점임에도 불구하고 자칫하면 잘못된 법리를 적용하기 쉽습니다.

 

결국, 해당 점유의 구체적인 모습 및 사정에 따라 그에 맞는 자주점유의 추정 및 입증책임의 법리를 적용하여야 할 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사실관계의 입증책임을 다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할 것입니다.

-끝-

 

 

 

 

 

 

 

 

 

 

 

 

 

 

 

김정한 변호사

  • 부동산 전문 변호사
  • LH, KAMCO 등 공공기관 자문 수행
  • 서울지방변호사회 중소기업 고문변호사
  • 대법원 국선 변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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