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어르신들 사이에서 ‘효도계약서’가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다. 효도하는데 계약까지 해야 하나? 라고 할 수도 있지만, 자식들이 부모의 재산을 모두 가져간 후 요양원에 보내는 등 현대판 고려장 이야기가 들리는 것을 보면 너무한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어떠한 법에도 ‘효도계약’이라는 용어가 규정되어 있지는 않다. 다만 부모와 자녀 사이에 증여계약을 체결하면서, 자녀에게 효도나 충실한 부양 등 일정한 부담을 지우는 조건으로 증여하는 것을 ‘효도계약’이라고 말한다.
◇ 민법적 관점
우리가 흔히 말하는 ‘효도계약’은 민법에서는 조건이 있는 증여, 즉 부담을 지우는 증여인 ‘부담부증여’에 해당한다. 민법 제 561조에서 ‘부담부증여’는 상대방이 부담의 내용인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부담부증여’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미 2015년 판례에서 효도계약의 효력을 인정했다. 법원은 효도라는 계약내용을 이행하지 않은 자녀에게 계약의 해제조건이 충족되었다고 인정하여 수증자인 자녀에게 증여재산의 소유권 반환을 인정하였다.
◇ 세법적 관점
그렇다면 세법에서도 민법상 ‘부담부증여’를 인정할까? 세법에서는 민법의 ‘부담부증여’를 이용하여 증여세를 회피하려는 것을 방지하고자 증여와 증여 후 다시 반환하는 재증여에 대한 규정을 두고 있다.
만약 재증여에 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면, 최초 증여 후 증여세 신고를 하지 않고 추후에 국세청에 적발 시 증여계약 취소를 사유로 들어 증여 자와 수증 자(증여 받은 자) 모두 증여세를 피해갈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증여세 회피를 방지하기 위해 세법에서는 아래와 같이 증여세 과세대상을 규정하고 있다.
제4조(증여세 과세대상) |
④ 수증자가 증여재산(금전은 제외한다)을 당사자 간의 합의에 따라 제68조에 따른 증여세 과세표준 신고기한까지 증여자에게 반환하는 경우(반환하기 전에 제76조에 따라 과세표준과 세액을 결정 받은 경우는 제외한다)에는 처음부터 증여가 없었던 것으로 보며, 제68조에 따른 증여세 과세표준 신고기한이 지난 후 3개월 이내에 증여자에게 반환하거나 증여자에게 다시 증여하는 경우에는 그 반환하거나 다시 증여하는 것에 대해서는 증여세를 부과하지 아니한다. |
금전과 금전 이외의 재산 두 가지로 나누어 살펴보면 금전의 경우 시기를 불문하고 당초 증여와 반환(재증여)에 대해 모두 증여세를 과세한다. 이는 금전의 특성 상 일반적인 재화의 교환수단으로서 대상 목적물이 특정되지 않아 당초 증여 받은 금전과 동일한 금전의 반환인지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고, 증여와 반환 여부 사실도 확인이 어려우므로 당초 증여행위 및 반환행위 모두 증여세를 과세하는 것이다.
반대로 증여재산이 금전 이외의 재산인 경우에는 반환시기에 따라 과세여부가 다르게 나타난다. 증여를 받은 후 증여세 과세표준 신고기한(증여일이 속하는 달의 말일부터 3개월)까지 증여자에게 반환하는 경우에는 처음부터 증여가 없었던 것으로 보아 당초 증여와 반환 모두에 대해 증여세를 과세하지 않는다. 그리고 증여세 신고기한으로부터 3개월 이내에 반환하는 경우에는 당초 증여에 대해서는 증여세를 과세하되, 반환하는 것에 대해서는 증여세를 과세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증여세 신고기한으로부터 3개월이 지난 후 반환하는 경우에는 당초 증여와 반환 모두에 대해 증여세를 과세한다.
재산의 구분 | 반환(재증여) 시기 | 증여세 과세여부 | |
당초 증여 | 반환(재증여) | ||
금전 | 시기불문 | O | O |
금전 이외의 재산 | 증여세 신고기한 이내 | X(*) | X |
신고기한 ~ 3개월 이내 | O | X | |
신고기한 ~ 3개월 경과 후 | O | O |
◇ 마치며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증여와 재증여에 대한 민법과 세법에 대한 관점은 다르게 나타난다. 따라서 반환(재증여)의 여지가 있는 증여세 과세대상 자산의 이전에 대해서는 반드시 사전에 시기에 알맞은 증여세 과세여부를 검토한 후에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 끝 -
김민지 세무사 / 벤자민 세무회계 대표세무사
- 국민대학교 경영학 학사
- 제 52기 세무사 자격시험 합격(2015년)
- 前) 더존테크윌(이택스 코리아) 소속 세무사
- 前) 신승회계법인 근무
- 前) 가현세무회계 근무
- 前) 롯데웰푸드(舊 롯데푸드) Tax팀 소속 세무사
- 現) 벤자민 세무회계 대표세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