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파트나 오피스텔의 경우 다양한 형태로 설계변경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때 중대한 설계변경인지, 혹은 경미한 설계변경인지에 따라 집단소송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시행사나 시공사의 경우 정당한 절차를 통해 설계변경을 진행했다며, 분양계약 취소나 해제는 물론 손해배상 책임조차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집단소송의 특성상 누군가에게 손해배상을 해줄 경우, 나머지 수분양자들이 추가적으로 집단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고, 판결을 통해 법적으로 인정받지 않는 이상 선제적으로 잘못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제가 3년 6개월 동안 대형 시공사와 조합을 상대로 진행해 승소한 사건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사실관계: 집단소송으로 진행하게 된 이유]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아파트 단지에는 한 호실에 두 세대가 살 수 있는 세대 구분형 아파트 322세대가 있었습니다. 이는 재건축 인허가 조건이었습니다.
그러나 분양계약을 체결할 당시 시행사(조합)와 시공사는 수분양자들에게 기본형 또는 분리형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안내했고, 추후 변경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수분양자들은 세대 구분형 아파트를 선택할 필요가 없었고, 추후 이를 변경할 계획도 없었기에 모두 기본형을 선택했습니다. 하지만 준공이 완료된 아파트에 입주했을 때, 기본형에도 보일러가 2대씩 설치되어 있었고, 난방비 고지서도 2장씩 발급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기본형 주택을 선택한 수분양자들은 즉시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한 뒤, 시행사와 시공사에 항의하는 내용증명 우편을 발송했고, 변호사를 선임하여 집단소송에 나서게 되었습니다.
[소송의 핵심쟁점: 경미한 설계변경이 채무불이행 손해배상으로 인정될 수 있는가]
항소심 재판부에서는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 제1심과 달리 시행사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구 주택법(2016. 12. 2. 법률 제14344호 개정 전) 제2조 제2호의2에 따르면 ‘세대구분형 공동주택’은 세대별로 구분하여 생활이 가능한 구조이자, 동시에 하나의 세대가 통합하여 사용할 수 있는 구조여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적어도 본 세대와 분리 세대 간 구분된 공간이 갖추어져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기본형에는 경계벽 등이 설치되지 않아 주택 내부 공간이 분리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향후 간단한 시공을 통해 세대구분형 공동주택으로 사용 가능하더라도, 현재 상태에서는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었습니다.
또한 보일러 2대가 설치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었으며, 같은 공간을 2대의 보일러로 난방하게 되어 이용이 불편하고, 난방 에너지 효율 감소 및 관리 비용 추가 지출이 발생할 것으로 판단되었습니다.
기본형이 부분 임대형과 마찬가지로 세대구분형 공동주택의 요건을 갖출 수 있도록 시공된다는 사실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보일러 2대 설치를 예측할 수 있었다거나 수인 가능한 범위에 있었다고 보기 어려웠습니다.
[경미한 설계변경 해당 여부]
재판부는 경미한 설계변경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 공급계약서에는 경미한 설계변경이 가능하다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는 세대구분형 공동주택을 설계·시공할 때 예측 가능한 범위 내의 경미한 설계변경이 있을 경우에만 수분양자들이 이를 수인할 것을 예정한 조항이라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피고 조합이 경미한 설계변경에 해당하지 않음에도 원고들의 동의 없이 기본형에 보일러를 추가로 설치한 것은 공급계약상 의무를 위반한 채무불이행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결론]
이번 사건은 경미한 설계변경과 중대한 설계변경의 경계를 명확히 한 판례로, 분양 계약 시 계약서에 명시된 내용과 실제 시공 결과가 상이할 경우 시행사와 시공사에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시행사 및 시공사는 계약서에 기재된 내용을 준수하고, 변경 사항이 있을 경우 반드시 수분양자들의 동의를 받아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앞으로도 이러한 설계변경 분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계약서 작성 시 명확한 조항을 마련하고, 계약 당사자 간의 충분한 소통이 필요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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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두식 파트너 변호사 | 법무법인 정향
- 부산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졸업
- 연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 법무법인 정향 파트너 변호사
- 대법원 국선 변호사
- 서울중앙지방법원 논스톱 국선변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