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시효가 완성된 연체차임과 임대차보증금 사이의 상계 내지 공제 - 대법원 2024다302217
“임대차 존속 중 차임이 연체되고 있음에도 임대차보증금에서 연체차임을 충당하지 않고 있었던 임대인의 신뢰와 차임 연체 상태에서 임대차관계를 지속해 온 임차인의 묵시적 의사를 감안하면, 그 연체차임은 민법 제495조를 유추 적용하여 임대차보증금에서 공제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임대차계약에서 차임 지급 의무는 당연히 계약에서 정한 날짜에 이행기가 도래합니다. 이에 임대차 존속 중 차임이 연체되는 경우 연체차임채권이 발생하며, 그 소멸시효는 3년입니다. 즉, 약정된 차임 지급일 다음 날부터 소멸시효가 기산되어 3년이 지나면 연체차임채권이 시효 완성으로 소멸됩니다.
한편, 임대차보증금은 임대차관계가 종료되어 목적물을 반환하는 때까지 그 임대차관계에서 발생하는 임차인의 모든 채무를 담보하는 것으로서, 임대인의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는 임대차관계가 종료되는 경우에 비로소 이행기에 도달합니다.
상계란 서로 대립하는 채권과 채무를 같은 금액으로 소멸시키는 것을 말하며, 임대차관계에서 임대인의 연체차임채권(=임차인의 차임채무)과 임차인의 임대차보증금 반환채권(=임대인의 보증금 반환채무)을 상계(공제)할 수 있습니다. 다만, 상계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각 채무의 이행기가 도래하여야 합니다. 그리고 민법 제495조에 따라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이라 하더라도 그 채권이 소멸시효 완성 전에 상계할 수 있었던 것이라면, 그 채권자는 상계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소멸시효가 완성된 연체차임채권과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는 상계가 가능할까요? 하급심 법원은 임대인의 연체차임채권의 소멸시효 완성 당시 임대차계약이 종료되지 않아 보증금 반환채권이 발생하지 않았거나 그 이행기가 도래하지 아니하였으므로, 임대인이 연체차임채권과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를 상계할 수 없다고 하면서 임대인이 차임을 연체한 임차인에게 보증금 전액을 반환해야 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대법원 역시 연체차임채권의 소멸시효 완성 전 임대차계약이 종료되지 않아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의 이행기가 도래하지 않았으므로, 원칙적으로 양 채권이 상계할 수 있는 상태에 있었다고 할 수 없어 민법 제495조에 따라 연체차임채권과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를 상계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대법원은 임대차 존속 중 차임이 연체되고 있음에도 임대차보증금에서 연체차임을 충당하지 않고 동일한 보증금으로 임대차계약을 지속하고 있었던 임대인의 신뢰와 차임 연체 상태에서 임대차관계를 지속해 온 임차인의 묵시적 의사를 감안하면, 민법 제495조를 유추 적용하여 연체차임을 임대차보증금에서 공제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상계와 같은 법률행위는 그 엄격한 법률 요건을 갖추어야 합니다. 그렇지만, 임대차계약에서 연체차임의 발생과 이에 대한 임차인의 책임은 일응 분명하고,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 임대차보증금에서 연체차임이 공제될 수 있음을 예상할 수 있는바, 이 경우에도 연체차임채권의 상계를 엄격하게 제한할 필요는 크지 않을 것입니다. 즉, 임대인의 신뢰와 임차인의 의사를 고려해 상계의 요건을 완화하여 적용한 대법원의 판단은 임대차관계의 구체적 타당성을 고려한 의미 있는 판결이라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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