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부동산이코노미 류재영 기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한국 경제와 부동산 시장에도 뚜렷한 여파가 나타나고 있다. 에너지 가격의 급등과 글로벌 공급망 불안, 인플레이션 압력은 한국의 거시경제뿐 아니라 가계와 기업, 부동산 시장 전반에까지 영향을 미치며 복합적인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러시아는 세계적인 에너지 공급국으로, 전쟁 이후 원유와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했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경우, 전기 및 가스 요금이 인상되면서 기업의 생산비 부담이 증가하고, 이로 인해 소비 위축과 경제 성장 둔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우려되고 있다.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인상해 왔고, 이로 인해 가계와 기업의 대출 부담도 크게 늘어났다. 특히 부동산 담보대출 비중이 높은 차주들에게는 원리금 상환의 압박이 커지면서 소비 심리가 위축되고 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글로벌 공급망 불안과 유럽 경기 둔화로 인해 반도체, 자동차, 철강 등 주력 산업에서 수출 감소를 겪고 있다. 원자재 부족과 물류비 상승은 생산 차질을 불러오며, 이는 다시 경제성장률 저하로 연결되고 있다.
부동산 시장도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전쟁으로 촉발된 에너지 가격 상승과 인플레이션은 한국의 금리 인상으로 이어졌고, 이는 부동산 가격 하락에 영향을 주었다. 2022년부터 2023년 사이 서울과 수도권의 아파트 가격은 하락세를 보였으며, 특히 고비용 대출로 매입한 ‘영끌’ 투자자들의 매물이 시장에 쏟아지며 하방 압력을 키웠다.
건설 원자재 가격 급등도 공급 감소로 이어졌다. 철강, 시멘트, 목재 등 건설 필수 자재 가격이 오른 가운데, 건설사들의 부담이 커지면서 신규 아파트 공급이 위축되었다. 이는 단기적으로 부동산 시장의 침체를 초래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공급 부족이 다시 가격 반등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세 시장 역시 불안정성을 보이고 있다. 금리 인상으로 전세 대출이 어려워지면서 월세 선호 현상이 확대됐고, 전세 가격은 전반적으로 하락했다. 동시에 집값 하락으로 전세보증금 반환이 어려운 ‘깡통전세’ 사례가 증가하면서, 세입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 보완이 절실해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투자자와 일반 가계, 기업, 정부 모두가 새로운 전략을 세워야 하는 시점에 놓여 있다. 부동산 투자자들은 단기적으로 금리 인상으로 인한 시장 침체를 우려해야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핵심 지역 중심의 반등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기업과 가계는 에너지 비용 증가에 대비한 절감 전략과 함께 고금리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유동성 확보와 부채 관리가 중요하다. 정부는 전세보증금 보호, 대출 규제 조정, 시장 안정화를 위한 맞춤형 부동산 정책을 마련해야 하며, 동시에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기 위한 친환경 에너지 투자 확대도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은 한국 경제에 고물가, 고금리, 수출 감소, 부동산 시장 침체라는 복합적인 도전을 안겨주었다. 그러나 공급 구조의 변화, 금리 안정화, 경기 회복 등 중장기적인 변수들을 고려한다면 부동산 시장의 회복 가능성도 열려 있는 만큼, 보다 신중한 투자와 선제적인 정책 대응이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