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부동산이코노미 송재민 기자 | 강남의 주요 상권이 예년과는 다른 한산한 모습을 보이며, 연말 특수를 기대했던 상인들에게 실망감을 안겼다. 12월 25일 크리스마스를 맞아 압구정로데오, 신사동 가로수길, 논현동 먹자골목, 강남역 등 강남의 대표 상권은 평소와 사뭇 다른 조용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평일 크리스마스라는 요인에도 불구하고, 과거 붐비던 연말 대목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웨이팅이 필수였던 인기 맛집들조차 손님이 드문드문 방문하는 데 그쳤으며, 일부 가게는 연말임에도 불구하고 일찍 문을 닫았다.
크리스마스와 연말 분위기를 주도하던 헌팅포차와 클럽 같은 강남의 대표적 업종들조차 상황은 비슷했다. 매년 북적이던 이곳들마저 한산한 모습을 보이며, 상권 전체가 침체된 분위기에 휩싸였다. 저녁 9시 이후 시민들의 발걸음이 귀가 방향으로 이어지면서 강남 상권은 연말 특수조차 누리지 못하는 현실을 보여줬다.
전문가들은 소비 심리 위축과 경기 침체가 이러한 현상의 주된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한국은행은 11월 발표한 경제전망 자료에서 2025년 GDP 성장률을 1.9%로 하향 조정하며 경기 침체가 심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강남 상권에서도 예외 없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강남역을 대표하던 클럽 ‘페이스’와 ‘아르떼’의 폐업은 소비 침체가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한 엔터테인먼트 산업에도 영향을 미쳤음을 시사한다. 신사동에서 일반음식점을 운영하는 A씨는 “코로나 시기보다도 손님이 더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연말이면 손님들로 예약과 웨이팅이 이어지던 때가 그립다. 지금은 가게 운영을 지속해야 할지 고민될 정도”라며 현 상황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러한 침체는 강남 상권의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불패로 불리던 강남 부동산도 공실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며, 높은 임대료를 요구하던 매물들은 임차인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임대인들은 임대료를 조정하며 계약을 성사시키고 있다.
이 같은 침체는 단순히 강남 상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경제 전반의 위축과 맞물려 있다. 소비 위축은 기업 매출 하락과 고용 불안으로 이어져 다시 소비 심리를 악화시키는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
정부는 강남 상권의 침체를 단순히 지역적 현상으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 소비 심리 회복과 경제 활성화를 위한 거시적인 정책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경기 전반의 구조적 회복 없이는 이러한 침체 현상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